이 글을 읽는 모두는 2022년 10월 15일 판교 SK C&C 판교 데이터 센터 화재로 인해 발생했던 카카오 관련 서비스 장애를 기억할 것이다. 당연히 1차적인 책임은 화재가 난 SK C&C 쪽에 있지만 해당 사태에 대한 카카오의 대응이 적절치 못해 많은 비판을 받았다.
서버를 분산하고 백업 체계를 구축하는건 중소규모의 데이터 업체들도 지키는 원칙인데도 불구하고 카카오는 아무런 대비책이 없었고 데이터 센터 화재라는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둥, 이중화 조치를 취했다는 둥 적절치 못 한 대응을 내놓았다. 카카오톡의 경우 스마트폰을 쓰는 사람의 거의 대부분이 사용하는 서비스였기 때문에 그 불편은 실로 대단한 것이였다.
심지어 10년 전에도 데이터센터가 고작 한 곳이라 발생한 카카오톡 먹통 사태까지 있었기 때문에 더 비판을 받았다.
그래서 해당 사태가 발생하고 많은 사람들이 라인이나 다른 메신저를 설치했다. 심지어 수많은 사람이 카카오톡을 이탈하여 다른 메신저로 갈아탔다는 기사까지 나오고 네이버는 앱을 통해 라인을 광고하기도 했다. 카카오의 주가는 급락하고 그 동안 문제가 많았던 카카오의 메신저 대신 다른 대안들이 떠오르나 했다.
그리고 사건 발생 일주일 후 사용자들이 다시 카카오톡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기사가 나왔다.
다른 메신저들은 카카오톡이 점유율이 거의 99%에 달하는 상황에서 대안책으로나마 사용자들의 기기에 설치 되었다는 것이 소기의 성과라고 할 수 있겠다만 그 동안 계열사 논란이나, 카톡 감찰 논란 등 많은 논란이 있었고 결정타로 데이터 센터는 한 곳이여서 화재 한 번으로 서비스가 전부 먹통이 되었는데도 사람들이(심지어 나조차도) 카카오톡을 다시 사용하였는데 대부분의 이유는 익숙함이다. 물론 이미 다른 사람들도 쓰고 있기 때문에 그들과 소통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사용해야 된다. 하지만 대안으로 깔았던 다른 메신저들은 시간이 지난 후에는 아마 거의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카카오톡이 메신저로서 많은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사람들이 쓰는 건 결국엔 지난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사용했던 익숙함일 것이다.
최근 회사에서 프론트엔드 업무를 맡고 있다. 퍼블리셔의 역할에 더 가깝기 때문에 나는 최대한 사용자 입장에서 보기 편한 UI를 만드려고 노력했다. 기존 데스크탑 앱이 있는 프로젝트였지만 UI가 너무 복잡하고 불친절하여 웹으로 새롭게 개발하는 프로젝트여서 더 신경을 썼던 거 같다. 그리고 해당 담당자와 미팅 때 화면을 보여줬고 담당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 전 프로그램이랑 거의 비슷하게 만들어주세요.'

물론 웹으로 개발하는 이유가 성능이나 다른 이슈도 있지만 UI가 불친절한 이유도 분명히 있었다. 나는 사용자가 보기 쉽게 하기 위해 많은 작업을 했는데 (sort 기능을 넣는다던지, 테이블 헤더 글씨를 굵게 하고 테이블 각행의 높낮이를 넓혀서 보기 쉽게 한다던지) 그걸 다 빼버리라고 이 전 프로그램과 비슷하게 만들어 달라는 요구사항이었다. 결국 담당자 입에서 나온 말은 기존 거에 적응되어 있는 직원들이 익숙하게 사용하기 위해서 라는 말이었다.
나는 이제 막 일을 배우기 시작하는 주니어 중 쌩 주니어고 그래서 이번 일이 당혹스러웠을지도 모른다. 내가 생각하기엔 수정 전 화면이 요구 사항에 맞춰 수정한 화면보다 훨씬 나았고 시니어 개발자나 PM 분도 마찬가지로 말씀하셨다. 하지만 결국 요구사항에 따라 전면적으로 수정을 했다.
이번 일로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사람은 결국 익숙한 것에 더 편안 것을 느낀다. 나는 개발자는 결국 사용자들이 쓰는 어떠한 것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개발자가 자신의 생각에 취해서 개발을 하는 것 보다는 결국 사용자의 입장을 고려 해야 하고 외부에서 보기엔 답답하고 말이 안되더라도 생각보다 익숙함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앞으로 개발을 할 때 개발자로서의 성능의 개선과 사용자들의 익숙함을 고려해서 개발을 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지만 이 아슬아슬한 줄 타기를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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