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friend is nothing but a known enemy
친구란 누구나 이미 알고 있는 원수에 불과하다
최후의 락스타, 그 유명한 커트 코베인이 남긴 말이다. 그는 얼마나 힘들었기에 친구를 이렇게 말을 했을까?
요새 매일 우울한 시간을 가지고 살아간다. 언제는 안 그랬냐만은 전처럼 우울해 죽겠다기보다는 다소 울적한, 그리 나쁘지만은 않은 느낌이다. 이제는 너무 익숙해진 것일수도 있고.
이런 우울한 나의 삶에 하나 더 우울할 일이 있었다. 나한테는 20살 때부터 같이 놀던 친구들이 있었다. 나까지 포함해서 4명이었는데 여러 삐걱대는 일이 있긴해도 그럭저럭 재밌게 지냈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리고 내 여느 인간관계가 그러하듯 우리의 관계는 얼마 가지 못해 산산조각이 났고, 그 친구들 중 두 명과는 연락을 하지 않는다.
그러던 중에 그나마 연락을 하던 친구가 군대에서 휴가를 나왔다. 나랑은 따로 만났고 나머지 둘과는 다음 날 만나기로 했단다. 문제는 내가 그들과 마주쳤다는 데에 있었다. 분명 나도 함께 있어야 할텐데 나는 그들의 눈을 마주치지도 못했다. 말 한마디 하지 않은 채 그대로 뒤돌아 도망쳤다.
그런데 정말 웃긴 건 이 일 자체가 내게 우울감을 주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우울했다. 이제는 내가 그들과의 관계에 상실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 슬펐다. 분명 4명이 있어야 할 자리에 3명만 있었는데 그저 자리가 불편할 뿐 그 자체에는 아무런 문제를 느끼지 못했다. 예전 같았으면 밤에 술이라도 들이켜야 했는데 그냥 약간의 울적함에 눌려 빠르게 잠이 들었다. 커트 코베인은 왜 저 말을 했을까? 크리스? 데이브? 도대체 누가 그에게 저런 상실감을 주었을까? 왜 나는 내 친구들이었던 사람들을 보며 그가 한 말을 떠올렸을까? 그도 나처럼 상실감을 느끼다 못해 체념하게 된 것은 아닐까.
예전에 끄적였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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