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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사연이다. 이런 종류의 사연들이 으레 그러하듯 우리 집은 그리 풍족한 집이 아니었다. 아버지의 잘못된 투자로 우리는 마포구 달동네 비슷한 곳에 살아야했고 난 거기서 사춘기가 시작되기 직전까지 있었다. 형편이 넉넉치 못 하기 때문에 외식은 잘하지 않았고 그래서 그 흔한 햄버거,치킨,피자를 자주 먹어보지 못 했다.(그래서 더 좋아했다. 물론 지금도.) 그러다 나와 동생의 칭얼거림이 심해지면 부모님은 거의 언제나 치킨 한마리를 시켜주셨다. 우리 가족은 4명이었고 4명이 치킨 한마리를 나눠먹었다. (참고로 한마리는 현재 내가 다 먹을 수 있는 양이다)
아무리 나와 동생이 어렸다고는 해도 우리에게 무조건적인 양보를 하시던 부모님에게는 그저 맛만 볼 만큼의 양 밖에 돌아가지 않으셨을 것이다. 심지어 다리는 나와 동생 차지였다. 그저 예의상, 첫입만 부모님께 양보했을 뿐 허겁지겁 나머지를 먹어치웠다. 부모님은 기껏해야 우리가 싫어하는 퍽퍽한 부위만 드셨다. 나는 그때는 그걸 몰랐고 더 먹고 싶어도 먹지 못 하는 아쉬움에 입맛만 다셨다.
아버지가 퇴근하시면서 사오던 치킨 한마리나 피자 한판이 얼마나 큰 결심이었는지...그로부터 한참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나는 누군가를 위해 먹을 것을 사가는 행위를 좋아한다. 그것은 나만의 표현 방식이다. 그리고 이건 아마도 퇴근 후 큰 결심과 함께 아버지 손에 들려오던 치킨 한마리 때문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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