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학년 때 아주 좋은 담임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났다. 그때는 정말 학교 가는 내일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서 빨리 잠자리에 들곤 했는데 과연 살면서 그런 순간이 다시 올까 싶다. 선생님은 20대 중반의 여선생님이었는데 지금보면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인자하게, 또 때로는 카리스마있게 노련히 우리를 이끄셨고 우리는 그 선생님의 지도 아래 행복한 1년을 보냈다. 어쨌든 나 뿐 아니라 대부분의 반 친구들은 그 시절을 소중히 여겼고 졸업과 동시에 청소년이 되었지만 스승의 날이 되면 다시금 그 때 그 자리에 어린이로 돌아가 선생님을 만나곤 했다. 선생님은 여전히 우리를 반겨주셨고 학교가 갈라진 친구들을 만났다. 우리의 전통은 계속 이어져서 중학생,고등학생 때까지 매년 찾아뵈었다. 심지어 선생님이 전근가신 학교에도 찾아뵈었다.
그리고 우리가 20살이 되던 해 선생님은 결혼을 하셨다. 그리고 그 결혼식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찾아뵙지 않았다. 왜냐하면 선생님의 입장이 우리와 같지 않다는걸 알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있어서 선생님은 거의 그대로다. 하지만 선생님한테 있어서 우리는 열세살의 꼬맹이들일 것이다. 우리가 매년 찾아가며 달라지는 외모와 성격에 선생님은 괴리를 느꼈을 것이다. 좋았던 기억은 기억으로만 남겨두라고 했던가. 우리는 이걸 알기엔 너무 어렸고 철이 없었다. 어느 순간 선생님은 우리가 낯설었을 것이고 그 때부터 우리가 찾아오는게 부담스러우셨을거다. 참 좋았던 시절. 돌아가지 못 하는 참 행복했던 1년과 함께 했던 친구들과 선생님. 참 고마웠다. 그렇기에 이제는 기억 속에 묻어두어야 한다. 그렇게 간직해야만 할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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